디즈니+가 TikTok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 미디어는 왜 숏폼 피드를 받아들이는가
매일의 지평
기존 미디어가 숏폼 플랫폼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2026년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행사에서 디즈니는 주목할 만한 발표를 했다. 올해 안에 디즈니+의 일부가 TikTok과 Instagram Reels처럼 보일 것이라는 공식 예고였다. 디즈니 엔터테인먼트와 ESPN의 상품 관리 담당 부사장인 에린 티그는 이렇게 언급했다: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다시 말해 수직 스크롤 영상 피드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는 아직 미정이라는 뜻이다.
이 결정은 흥미롭다. 수십 년간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해온 거대 미디어 기업이 왜 갑자기 TikTok처럼 보이려고 노력할까? 이 질문 뒤에는 디지털 광고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세대 간 콘텐츠 소비 방식의 급격한 역전이 숨어 있다.
스트리밍 시장에서 광고 모델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2022년은 디지털 광고 시장의 분수령이었다. 수년간 광고 시장을 장악해온 구글과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의 광고 수익이 부진을 겪은 반면, 스트리밍 서비스, 이커머스 기업, 모빌리티 회사들이 앞다퉈 자체 광고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광고 포함 구독제를 잇따라 론칭했다. 그들은 높은 구독료와 콘텐츠 제작 비용에 시달리고 있었고, 광고라는 새로운 수익원이 절실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소비자, 특히 Z세대는 기존의 “광고처럼 보이는” 콘텐츠에 반응하지 않았다. 이들은 진정성 있는, 때론 거칠기까지 한 영상들에 더 열광했다. 2023년 기준 조사에 따르면 TikTok의 일일 이용 시간이 2019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넷플릭스와 맞먹는 시청 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넷플릭스는 더 이상 전통적인 TV나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와만 경쟁하는 게 아니었다. 숏폼 플랫폼과 경쟁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알고리즘이 원하는 신호: 큐레이션 대 진정성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2026년의 디지털 광고 환경에서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의 AI 검색 요약과 추천 엔진이 사용자가 도달하는 콘텐츠를 결정한다. 종래의 “광고 지출에 의한 노출"이 아닌, 알고리즘이 감지할 수 있는 “진정성의 신호"에 의해 콘텐츠가 발굴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TikTok 창작자들이 거둔 성공의 비결은 여기에 있다. TikTok의 트렌드 예측 가이드에 따르면, 고도로 제작된 콘텐츠는 쇠퇴하고 있고 대신 “필터 없는 이야기"와 “진정한 것처럼 느껴지는 뒷이야기”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FaceTime 통화 같은 느낌의 비디오 리뷰, 실제 일상 환경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거친 수직 영상들이다. 이것이 2026년의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2.0 버전이다.
디즈니+는 이런 추세를 읽었다. 자신들이 만든 ‘큐레이션된’ 고품질 콘텐츠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디즈니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상 한 편보다 16명의 TikTok 창작자가 Cannes Lions 행사에서 만든 뒷이야기 영상들이, 알고리즘 관점에서는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는 신호"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미디어 기업은 왜 사용자 생성 콘텐츠에 기대기 시작했나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역할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관련 특허 분석을 보면 Netflix와 Disney 같은 OTT 서비스들은 생성형 AI, 음성 분석 및 생성, 이미지 및 비디오 인식 같은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창작자와 사용자 생성 콘텐츠에 의존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신뢰도 문제다. 현대의 소비자는 브랜드가 직접 말하는 광고보다 실제 사용자의 경험담을 더 신뢰한다. 특히 Z세대는 “잘 포장된 광고"를 거부하고 “친구한테 듣는 이야기"같은 콘텐츠를 선호한다.
�째, 알고리즘의 효율성이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창작자 콘텐츠는 이중의 신호를 제공한다: 알고리즘이 콘텐츠를 발굴하고 순위를 매기는 데 필요한 “디지털 발자국"과, 소비자가 신뢰하고 구매로 이어지게 할 “인간의 얼굴"이 그것이다.
셋째, 규제 우려다. TikTok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의 자회사이며, 데이터 유출과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가 정부 차원의 규제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미디어 기업들은 자신들의 플랫폼에 더 많은 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확보함으로써 플랫폼의 독립성을 높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6년의 미디어 경쟁: 창의성 vs. 신뢰도
디즈니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TikTok 따라 하기"가 아니다. 이는 더 깊은 전략적 변화를 나타낸다.
디즈니는 “창의성과 상상력"에 기반한 자신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라이브 스포츠 경험과 AI 기반 개인화 측정을 통해 광고주를 유인하고 있다. 동시에 TikTok 창작자들의 콘텐츠를 큐레이션하여 서빙함으로써 “신뢰도"라는 통화를 획득하려 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미디어 기업의 생존 전략이 뒤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 TV 방송국처럼 “우리가 만든 것"을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플랫폼이 되어 창작자와 사용자의 콘텐츠를 큐레이션하고, 그 과정에서 광고주가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기업이 승리한다.

그래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 변화는 세 가지를 동시에 암시한다.
첫째, 광고 모델 자체의 재정의다. “노출 기반” 광고에서 “신뢰 기반” 광고로, “제작사가 주인"인 콘텐츠에서 “창작자와 사용자가 주인"인 콘텐츠로의 전환이다.
둘째, 플랫폼의 가치사슬 변화다. 미디어 회사는 더 이상 “큰 영상 제작자"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큐레이터"가 되는 쪽이 경쟁력 있다.
셋째, 규제 환경과의 연계다. TikTok의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기존 미디어 기업들은 자신의 플랫폼을 “더 개방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만들어 규제 리스크를 낮추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6년의 디지털 광고 경쟁은 더 이상 “누가 더 좋은 영상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누가 가장 진정한 이야기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가"에서 결판난다. 디즈니+가 TikTok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 건 그래서 자명해 보인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Google Gemini로 생성한 개념 삽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