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비용 정책의 역설: 일본이 외국인 거주 비용을 2000% 올린 까닭
매일의 지평
10월부터 외국인에겐만 ‘2000% 인상’…도대체 무슨 일인가

10월 1일부터 일본의 외국인 거주 관련 수수료가 대폭 인상된다. 영주권 신청 수수료는 현재 1만 엔에서 20만 엔으로, 기존 요금의 20배 수준으로 뛴다. 체류 기간 연장 수수료도 최대 75,000엔까지 올라간다. 현재 기준 9만 원 수준인 요금이 280만 원대로 뛴다는 뜻이다.
숫자만으로는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단순한 수수료 조정이 아니다. 일본이 정책적으로 ‘돈이 없는 외국인의 입국과 정착을 억제하려는’ 메시지를 명확히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일본은 무엇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일까?
도쿄 집값이 1년 새 21% 올랐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일본이 외국인 거주 비용을 올린 직접적인 배경은 주택 시장의 급변동이다. 도쿄 중심가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1억 3600만 엔(약 12억 8000만 원)을 돌파했다. 1년 사이에 21%나 올랐다. 역대급 폭등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눈에 띈 존재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 자본이 일본의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면서 집값을 부추기고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외국인이 장기 거주 의도 없이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사들인다는 우려가 커졌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국처럼 외국인이 토지나 주택을 살 때 실제로 그곳에 살아야 한다는 ‘실거주 의무’를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올해 10월, 이보다 먼저 실행할 수 있는 정책부터 시작했다. 바로 거주 비용의 대폭 인상이다.
“가격을 올리면 수요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왜 거주 비용을 올렸을까? 이것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활용한 전략이다. 비용이 올라가면 일부 수요는 자연스럽게 다른 시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결국 외국인 거주자 수를 줄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격을 활용한 수요 조절’이라 부른다. 규제와 달리 직접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지만, 비용을 높여서 자연스럽게 참여 의사를 꺾는 방식이다. 민간 기업들이 오버투어리즘(관광객 과포화)에 대응하기 위해 관광지 입장료를 올리거나 라멘 가게가 외국인 손님에게 다른 가격을 매기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정책은 여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수단이다. 첫째, 저소득 외국인의 입국을 자동 필터링한다. 수수료를 낼 수 없는 사람은 아예 신청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둘째, 외국인 자본의 투기 수요를 억제한다. 장기 거주 의도 없이 빠르게 투자 수익을 노리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이 비용이 진입 장벽이 된다.

하지만 모든 가격 정책에는 ‘예외’가 있다
흥미롭게도, 일본 정부는 특정 집단에게는 낮은 수수료를 허용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난민 신청자들은 감면된 요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책의 ‘도덕적 완충장치’로 보인다.
즉, 일본이 외국인을 무조건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적절한 경제 능력을 갖춘’ 외국인, 또는 ‘인도주의적 사유’가 있는 외국인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신호다. 이는 이민 정책의 고전적 딜레마를 드러낸다: 국가의 주거 시장을 보호하면서도 국제적 의무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
수요 조절과 차별의 경계선
문제는 이런 정책이 ‘차별’인지 ‘관리’인지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는 “이민 행정을 지원하기 위한 수수료 조정"이라고 설명된다. 하지만 외국인만 대상으로 한 정책이고, 특히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면, 실질적으로는 선별적 배제다.
일본이 이런 선택을 한 배경에는 현실적 압박이 있다. 도쿄 같은 대도시의 주택 가격이 폭등하면서 토착민들도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외국인이 우리 집값을 올리고 있다"는 대중적 불만이 커졌다. 정부는 이 불만을 해소할 정책을 빠르게 내야 했다. 수수료 인상은 규제보다 덜 거슬리면서도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선택지였다.

그래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일본의 사례는 ‘주거 비용 위기’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인지 보여준다. 단순히 집값이 올랐다는 것을 넘어, 그것이 ‘누구의 책임인지’라는 질문으로 번지면서 외국인 정책까지 드라이브되고 있다.
더 근본적인 질문도 남는다. 외국인의 거주 수수료를 올려서 집값이 정말 내려갈까?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투기 수요 억제 효과가 있을 거라고 진단했지만, 구조적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지, 특정 집단에게 비용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치적으로 어렵다면? 정부는 외국인 정책 같은 눈에 띄는 수단을 먼저 꺼낼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에게는 “뭔가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저소득 외국인들에게는 “여기는 너희 자리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의 교집합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올바른가 틀렸는가를 떠나, 주택 위기가 심해질수록 이런 선별적 정책은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Google Gemini로 생성한 개념 삽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