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올렸는데 통화는 약해진다? 일본이 보여주는 현대 통화정책의 모순
매일의 지평
금리를 올렸는데 통화는 왜 약해졌을까?

9월 18일,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했다. 1995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석 달 만의 추가 인상이었고, 9명의 정책위원 중 7명이 찬성했다. 충분히 ‘예상된’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금리가 올라갔는데 엔화는 오히려 약해졌다.
통상적인 경제학 교과서라면 이렇게 설명할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그 나라 자산을 더 매력적으로 느껴 수요가 증가하고, 따라서 그 통화는 강세를 보인다. 금리와 환율은 대체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본은 다르다. 이것이 현대 통화정책의 모순을 드러내는 사건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예상된 인상, 예상 밖의 환율
일본은행의 9월 금리 인상은 깜짝 결정이 아니었다. 시장은 인상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이 금리 인상의 신호를 분명히 보냈고, 미국 정부까지 공개적으로 일본의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타이밍이었다. 8월에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없었고 외환시장 거래도 한산했다. 이를 우려한 미국과 일본은 8월 31일, 엔화가 40년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64엔을 기록하자 공동으로 개입에 나섰다. 엔화를 매입하며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이었다.
그 와중에 일본은행 총재는 9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신호를 여러 번 내보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행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는 전문가라면 우에다 총재의 발언이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을 정도다.
그런데 무엇이 일어났는가? 예상대로 금리가 올라갔음에도 엔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9월 2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60.20엔까지 약해졌다. 160엔 선은 시장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수준이었다.
금리 인상이 이미 가격에 반영되었다는 뜻이다. 시장이 미리 ‘선반영’했다면, 실제 결정 시점에는 뉴스 가치가 없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약세로 움직였을 수 있다.
금리 인상 못 이기는 구조적 힘들
하지만 환율이 약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뉴스의 선반영 때문만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일본 경제의 약함과 미국 경제의 강함이 빚어낸 역설이다. 미국은 여전히 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 연 5%대의 높은 금리는 달러 자산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투자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주식에 투자하기보다는, 안전하고 수익률 높은 달러 예금이나 미국 채권으로 자금을 모은다.
일본의 금리가 1.25%로 올라도, 미국의 그것과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일본 자산보다 미국 자산이 더 매력적이다. 엔화를 팔아서 달러로 환전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일본은 다카이치 정권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출을 하겠다는 신호는 시장에 두 가지 메시지를 준다. 첫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인상의 악순환(재정 팽창 → 금리 압력 증가 → 중앙은행 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둘째, 정부가 통화 약세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신호 자체다.
실제로 엔화 약세는 수출 산업에는 유리하다. 일본의 수출 제조업은 약한 엔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금리 인상에 ‘난색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가 이해된다.

금리 인상도 못 막는 환율 약세, 왜?
더 깊이 생각해 보면, 현재 엔화 약세는 단순한 금리 격차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글로벌 자본 흐름의 변화를 반영한다.
과거 저금리 시대에는 일본 같은 저금리 국가에서 돈을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가 성행했다. 엔화를 팔고 달러나 다른 고수익 자산을 사는 거래였다. 이는 자동으로 엔화를 약세로 압박했다.
금리 인상은 이 트레이드를 축소할 수 있는 요인이다. 엔화 차입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리 인상이 환율을 조정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런데 미국의 높은 금리와 강한 경제가 여전히 작동 중이면? 엔 캐리 트레이드가 줄어들더라도, 새로운 달러 수요 증가가 이를 상쇄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의 높은 수익률을 좇아 더 많은 달러를 구입한다. 그러면 엔화는 여전히 약세다.
실제로 자료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연말까지 일본은행이 추가로 최대 2회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엔화 강세로 이어질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금리가 얼마나 유지되는지, 글로벌 자본 흐름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의 새로운 현실
이 역설은 현대 통화정책이 얼마나 복잡해졌는지를 보여준다.
전통적 경제학에서 금리는 강력한 정책 도구였다. 금리를 올리면 자국 통화 수요가 늘어나고, 통화가 강해진다. 그러면 수입은 싸지고 수출은 비싸지는 구조 조정이 일어난다. 결국 물가가 잡히는 식의 균형이 잡혀왔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글로벌 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세계에서, 금리 정책은 단일 국가의 지표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 미국 경제의 체계적 강세, 글로벌 리스크 자산 선호도, 그리고 각국 정부의 명시적·암묵적 통화정책 태도까지 모두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렸는데 엔화가 약세를 지속한다는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만으로는 환율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미국의 높은 금리 체제가 글로벌 자본을 지속해서 흡수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겨진 질문: 정책의 딜레마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엔화 약세를 잡으려는 의도도 담고 있었다. 미국 정부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이제 일본은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금리를 더 인상할 것인가? 그러면 물가 압력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지만, 여전히 엔화 약세를 완전히 잡을 보장이 없다. 반대로 금리 인상을 멈추면? 엔화 약세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다카이치 정권의 대규모 재정 지출은 물가 압력을 높인다.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으며, 엔저와 유가 상승, AI 수요 확대 같은 요인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재정 확대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결국 현재의 일본은 금리와 환율 사이의 전통적 연결고리가 약해진 시대에 어떻게 정책을 펼칠 것인가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금리 인상이 기대하던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다른 정책 수단들은 무엇인가? 그리고 글로벌 자본 흐름이 미국 쪽으로 계속 향한다면, 일본 같은 선진국들은 자국 통화를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아직 역사에 쓰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이번 금리 인상과 그 이후의 환율 움직임은 우리가 통화정책을 이해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Google Gemini로 생성한 개념 삽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