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서 회복된다는 것은 어떤 과정일까?
매일의 지평

악재는 언제 끝나는가?
2023년 8월, 하와이 마우이의 라하이나 지역을 강력한 산불이 휩쓸었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천 채의 건물이 파괴되었다. 거의 3년이 지난 지금, 누구는 회복했고 누구는 여전히 고통 속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회복의 속도가 개인의 강함이나 약함과만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같은 재난을 겪었어도, 어떤 사람은 몇 개월 만에 일상으로 돌아가고, 어떤 사람은 몇 년 뒤에도 악몽에 시달린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자연재해 이후의 회복 과정을 수십 년간 추적해 왔다. 그 결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회복을 결정하는 것은 성격이 아니라 자원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원”(resource)은 개인의 강함을 뜻하지 않는다. 더 광범위한 개념이다. 돈, 시간, 사회적 관계, 정보에 대한 접근, 신체적 건강, 일자리 등이 모두 자원이다. 자연재해 이후 회복 속도는 이러한 자원을 얼마나 유지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지에 크게 좌우된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을 “자원 보존 이론”(Conservation of Resources, COR 이론)이라고 부른다. 개발된 지는 40년 가까이 되었지만, 최근 자연재해 연구에서 가장 설명력 있는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COR 이론의 핵심은 이렇다: 재난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신체적·경제적·심리적 자원을 급속도로 손실한다. 그 손실 자체가 심리적 스트레스를 만든다. 더 심각한 것은, 자원 손실이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산불로 집을 잃은 사람을 생각해 보자. 집을 잃으면서 (1) 물리적 자원, (2) 경제적 자원, (3) 심리적 안정감, (4) 일상적 루틴, (5) 사회적 네트워크까지 동시에 손상된다. 새로운 집을 구하려 해도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 해도 심리적 에너지가 없다. 주변 사람들도 본인의 손실로 바쁘다. 이렇게 악순환이 시작되면, 회복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심리적 고통은 시간에 따라 다른 패턴을 보인다
마우이 산불 이후 추적 연구에서 흥미로운 발견이 나왔다. 심리적 고통의 패턴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드러나는 증상은 급성 스트레스 장애(ASD)이다. 재난 직후 수주에서 수개월간 나타난다. 불안, 악몽, 집중력 저하, 과민 반응 등이 주요 증상이다. 마우이 산불 이후 조사에 따르면, 직접 피해 지역 주민의 53%가 우울 증상을 보였고, 67%가 불안 증상을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발견이 있다. 이 급성 증상들은 처음 6개월 동안 상당히 개선된다. 사람의 심리 체계는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능력이 있다. 약 3명 중 2명은 6개월 이내에 증상이 크게 호전된다.
그런데 6개월을 지나면서 다른 패턴이 나타난다. 증상이 더 이상 급속도로 호전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일부 사람들에게는 12~18개월 지점에서 다시 악화되는 현상이 관찰된다. 이를 “지연성 반응"이라고 부른다. 초기 혼란이 정리되고 나서, 비로소 손실의 전체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마우이 산불 이후 18개월 추적 연구에서, 여전히 39%의 주민이 임상적 수준의 우울 또는 불안 증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이 시점이 장기적 회복 여정의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회복을 가속하는 것과 지연시키는 것
그렇다면 무엇이 일부 사람들을 3개월 만에 정상으로 돌아가게 하고, 다른 사람들을 수년간 고통 속에 두는가?
직관적으로, 경제적 손실이 큰 사람이 더 고통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구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경제적 수준보다 더 강한 예측 요인이 있다. 그것은 “사회적 결속력"이다.
사회적 결속력이 높은 지역 — 즉, 이웃들이 서로를 돌보고, 지역 공동체의 자원을 공유하고, 상호 신뢰가 높은 지역 — 에서는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회복이 더 빠르다. 반대로,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공동체의 신뢰가 낮은 지역에서는 경제적 손실이 크지 않아도 심리적 고통이 오래 지속된다.
이는 경제 수준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자원의 종류와 조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금전적 손실은 사회적 자원(신뢰, 상호부조 네트워크, 공동체 정체성)으로 부분적으로 보상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고립은 금전으로 보상하기 어렵다.
마우이의 사례를 보면, 같은 지역에서도 회복의 속도가 달랐다. 라하이나의 오래된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3년 후에도 주민들이 함께 복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반면 외부에서 최근에 이주한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고립된 회복 경험을 하고 있었다.
회복의 3단계 모델
자연재해 이후의 심리사회적 회복을 추적한 연구들에서 공통된 패턴이 드러난다. 대부분의 경우, 회복은 3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 단계: 안정감의 회복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생존과 안전이다. 임시 거처, 식량, 의료 지원, 신체적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물질 지원과 긴급 서비스가 가장 효과적이다. 보통 재난 직후 3~6개월 동안이다.
두 번째 단계: 심리적 기술의 습득 안전이 보장되고 나면, 사람들은 이제 신경과민, 불안, 우울감과 같은 심리적 증상에 대처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심리 교육, 인지 행동 치료, 명상, 운동 프로그램 같은 개입이 효과적이다. 보통 6~18개월 사이다.
세 번째 단계: 사회적 역할의 복구 마지막 단계는 일자리, 학교, 사회 활동으로의 복귀다. 정체성을 회복하고, 사회적 역할을 다시 맡는 과정이다. 이 단계가 가장 오래 걸리며, 때로는 수년이 걸린다.
흥미로운 점은, 이 3단계가 순차적이지만 겹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가 완전히 끝나야 두 번째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첫 번째가 불충분하면, 나머지 단계들도 크게 지연된다.
현대의 새로운 문제: 누적 외상
여기서 21세기의 새로운 문제가 등장한다. 과거에는 자연재해가 한 번씩 명확하게 발생했다면, 현대에는 연속적인 재난이 발생한다. 산불, 홍수, 폭염, 팬데믹, 경제 위기 등이 중첩된다.
누적 외상(cumulative trauma)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회복 기간 중에 새로운 재난이 발생하면 회복이 크게 방해된다. 예를 들어, 산불로부터 회복 중인 지역이 다음 해에 홍수를 만나면, 심리적 회복 난이도는 18배 이상 증가한다. 이는 개인의 강함의 문제가 아니라, 재원 보존 능력의 한계다.
마우이 산불 이후 지난 3년 동안, 하와이를 포함한 태평양 지역은 추가로 여러 자연재해를 겪었다. 이것이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결론: 회복은 개인의 일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이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또는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합니다"라는 말은, 자연재해 이후의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회복은 개인의 정신력이나 양성 심리(positive psychology)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구체적인 자원의 가용성, 사회적 결속력, 체계적인 지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개인이 제어할 수 없다.
역으로 말하면,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명확해진다. 재난 직후 긴급 지원, 장기적 심리 치료, 지역 공동체의 재건, 사회적 신뢰의 복구, 그리고 새로운 재난으로부터의 예방. 이것들이 회복의 속도를 결정한다.
마우이 산불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고통 속에 있다. 그것은 그들의 약함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사회적 자원의 부족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Google Gemini로 생성한 개념 삽화입니다.